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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군인의 합의된 성행위는 무조건 처벌? 14년 만에 판례 바꾼 대법원

2022.05.05 07:00박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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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대법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군형법 96조의2 위반으로 기소된 남성 군인 두 명에 대해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단순한 판결일 수 있지만 파장이 제법 커 보인다.

두 명이 기소된 군형법 96조의2 조항은 이렇다. 군인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것. 현역 군인의 동성애를 금지하는 조항이다. 기소된 두 명은 군인으로 지난 2016년 군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당시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 영외에 있던 B씨의 독신자 숙소에서 두 차례 성행위를 했기 때문. 둘 다 남성이었다.

1심과 2심에서는 군 형법에 따라서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무죄 취지다. 대법원은 먼저 해당 법 조항이 만들어진 이유와 법이 보호하려는 이익을 판단했다. 대법관들은 다수 의견을 통해 이 조항의 법이 보호하려는 이익은 군기와 성적 자기결정권이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군 형법이 동성 간 성행위 자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군기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됐어야 한다는 것.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하는 성생활을 결정할 자유와 원하지 않는 성행위를 거부할 자유를 의미한다. 다수 의견에서는 이를 토대로 두 사람의 성행위는 군기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모두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수 의견에 따르면 이들이 무죄인 이유는 사적 공간에서 합의하에 성행위를 한 경우 법이 보호하려는 이익 중 어떤 것도 침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이들은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상 평등권과 인간 존엄,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라고 봤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두 명의 대법관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법이 보호해야할 이익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두 대법관도 두 사람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이들은 "성적 자유를 확장해온 역사적 발전과 성 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추세에 비춰보면 현행법은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법관은 별개의 의견으로 "합의 하에 성행위를 할 경우 군기를 침해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두 대법관은 아예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봤다. 두 명은 반대의견을 통해 "현행법은 강제성, 장소 등에 상관없이 남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한다"라고 밝히면서 "별도의 입법 조치가 없는 한 법원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법률을 해석하면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입법기관이 문제의 법률을 고치지 않는 한 법원은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

어쨌든 대법원이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돌려보내면서 군 형법상 동성애에 관한 부분도 손질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은 지난 2008년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시간과 장소 등에 관계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14년만에 변화한 이 판례에 대해 더욱 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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