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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만들어줄게" 15세 소녀 성착취했는데...

2023.01.03 07:00박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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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여성인권단체연합과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20일 광주 동구 고등법원 앞에서 '청소녀 성착취 가해자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매니저와 작가 '1인 2역'으로 15세 소녀를 3년동안 성착취한 가해자를 엄벌할 것"을 촉구했다.

단체에 따르면 40대 A씨는 2013년 4월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델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는 방을 개설했다.

그는 당시 15세였던 B양에게 자신을 한 기획사의 매니저 문씨라고 소개했다. 이어 "사진작가 김씨를 소개해주겠다. 그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모델이 될 수 있다. 김씨는 소속 모델에게 프로필 사진 재료비만 받고 촬영해주는 실력있고 좋은 사람이다"고 거짓말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이 매니저가 소개한 사진작가 김씨인 척 1인2역을 하며 B양을 만났다.

그는 2015년 7월까지 모델이 되기 위한 연기와 촬영 연습의 일환이라며 수차례에 걸쳐 B양을 성폭행하고 사진을 촬영했다.

아울러 소속사 모델, 연습생이라며 다른 사람들의 거짓 사진을 보여주고, 옷차림과 친구와의 대화까지도 관여해 또래관계를 왜곡했다.

경찰 조사한 결과 A씨는 실제로 매니저도 사진작가도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미성년자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법과 현혹시키기 위한 노력, 성적인 화제로 대화 이끌기 등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 양상을 보였다.

그루밍은 착취하고 폭로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 하에 대인 관계나 사회적 환경이 취약한 대상에게 신뢰를 쌓아 성적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도록 하기 위한 심리적인 통제 기술이다.

A씨에 대한 처벌은 10년째 답보 상태다.

A씨는 2015년 1심에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간음)으로 징역 5년을 받았으나 항소했다.

2016년 9월 선고를 앞두고 광주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유사한 사건이 대법원에 있으니 그 사건 결과를 보고 판결하겠다"고 재판을 중단하고 선고를 미뤘다.

이후 5년이 흘러 지난해 6월 항소심 재판이 다시 열렸지만 광주고등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선고는 당시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대법원 유사 사건 결과와도 반대되는 결과였다.

당시 고등법원 재판부는 A씨가 연예기획사 매니저나 사진작가라며 속인 것은 맞지만, 성관계 자체에 대한 속임수를 쓴 건 아니라고 봤다. B양이 A씨로부터 돈을 지급받은 점 등을 들어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올해 4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광주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성관계 자체에 대한 속임수를 쓰지 않았더라도, 연예인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을 속였다면 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전남여성인권단체연합과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회가 아동·청소년을 성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며 "재판장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피해자다움의 요구와 피해 입증 책임으로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의 변명을 들을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질문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매니저도 사진작가도 아니면서 '왜 15세 소녀에게 1인 2역을 했는지'와 '왜 가상의 모델 여성들을 등장시켜 끊임없이 성상납이 일상적인 것 마냥 거짓말을 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해가 발생한 지 10년,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한지 7년이 흘렸다"며 "피해자는 재판 진행과 중지, 가해자의 무죄 판결 등을 지켜보면서 지치고, 무력함에 힘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회복의 길에서 마음 놓을 수 있도록 광주고등법원은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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