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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갔더라도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건조물 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연음란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2월 한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여성 옆으로 다가가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같은날 PC방에 들어가 여성 손님 2명이 앉아 있는 자리 맞은 편 자리로 가 컴퓨터 테이블 밑으로 얼굴을 숙여 여성들의 다리 부위를 약 40분간 훔쳐본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음란행위 및 건조물(PC방) 침입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A씨가 여성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간 행위가 건조물침입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공연음란죄 및 건조물침입죄가 모두 성립하다고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아울러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과 3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는 건조물침입죄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변경된 판례가 적용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3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경우, 설령 영업주가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다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종전 판례는 일명 '초원복집' 사건에서 나온 판례였다. 초원복집 사건이란 김기춘 당시 법무부 장관 등 정부 측 인물들이 부산 초원복집에 모여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관권 선거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것이 도청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도청장치를 설치한 당 관계자들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당시의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 하더라도,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것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 판례가 최근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도 "A씨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이 사건 PC방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건물 관리자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어 "설령 A씨가 여성의 몸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가려는 사정을 건물관리자가 알았다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