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을까?

대낮에 아파트 지하 계단에서 여고생을 강간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2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사건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5월 A씨는 오후 2시 경에 여고생인 B양을 만났다. 이들은 경기도 북부의 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여기서 A씨는 B양과 함께 아파트 지하 비상계단으로 내려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성관계로 이어졌다. A씨는 B양의 신체를 만지고 옷을 벗긴 뒤에 성관계를 했다.

이후 B양은 두 시간 뒤에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라고 경찰에 알린 것. B양은 자필 진술서로 경찰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양 자신은 A씨에게 저항했지만 결국 당했다면서 "나를 눕히고 그랬다"라고 밝혔다. 병원에서 작성된 성폭력 피해자 진료기록에서도 두 사람의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서 A씨는 기소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많은 부분을 인정했다. 사건 관련 시간과 장소는 물론이고 B양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 또한 인정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성폭행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A씨는 경찰에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A씨는 재판에서도 같은 내용의 주장을 했다.

재판부는 강간 혐의로 넘겨진 A씨의 사건에 대해 검토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B양의 진술에 주목했다. B양이 경찰 조사와 재판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진술한 것. B양은 경찰 조사에서 "신체 중요부위와 특정부위에 성관계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B양은 법정에서 "특정 신체부위에 유사강간 피해를 입었다"라고 말하며 경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했다. 그리고 그는 경찰에서 "손과 팔을 잡았다"라고 A씨가 강제력을 발휘한 상황에 대해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입을 막았다"라는 새로운 행위를 추가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CCTV 영상이 등장하면서 재판의 상황은 뒤집어졌다. 아파트 CCTV 영상에는 사건 직후 아파트 현관을 나온 B양이 손에 화장품을 들고 화장을 고치는 듯한 모습이 잡혔다. 이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가다가 갑자기 B양이 방향을 돌려 A씨를 따라가는 모습도 잡혔다.

그러자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 B양이 사건 직후 A씨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멀어지는 A씨를 뒤따라가는 행동을 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라고 밝혔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